네펜데스 가야 / Nepenthes ‘Gaya’: 슬픔을 잊게 하는 약
- 고독한바닥가

- 8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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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penthes’라는 이름은 고대 문헌 속에서 슬픔을 잊게 하는 약, 즉 nepenthe에서 유래했다. 또한 초기 식물학 기록에는 네펜데스의 항아리를 따면 비가 온다고 믿었다는 이야기도 남아 있다. 잎 끝에 달린 항아리, 그 안에 고인 액체, 벌레를 유인해 사라지게 만드는 구조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신비로운 식물로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네펜데스는 단순한 식충식물이 아니라, 망각의 약, 비를 부르는 항아리, 숲의 정령 같은 이미지가 겹쳐진 식물처럼 느껴진다.
이번에 새롭게 데려온 식충식물은 네펜데스 가야(Nepenthes ‘Gaya’)다.
가야는 네펜데스 교배종 중에서도 꽤 유명한 품종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네펜데스는 이번이 처음이다.
갑자기 식충식물에 꽂힌 이상,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필자는 일반적인 식물에는 크게 흥미를 느끼는 편은 아니다.
대체로 필요한 정보만 간단히 외우는 정도다.
그동안은 토양 속 미생물이 발현되는 특정 온도 조건, 도마뱀과 절지류, 생태계 바닥재 같은 부분을 위주로 공부해왔다.
이번에 식물까지 구입한 이유는, 정확히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실험적으로 관찰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만 대우 자체는 일반적인 생물을 관리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살아 있는 생물이라면 결국 환경을 읽고, 상태를 보고, 그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
일단 네펜데스 가야는 꽤 강한 교배종으로, 입문종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나는 네펜데스 경험이 없기 때문에, 구입 전 해당 식물을 판매한 식물원에 관리 방법을 문의했다.
답변에 따르면 저면관수와 행잉 관리가 모두 가능하다고 한다. 물받침에는 약 3cm 정도 물을 유지해도 괜찮고, 또는 2~3일에 한 번 위에서 물을 공급하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한다.
다만 온도가 25℃ 아래로 내려가면 성장보다는 버티는 모드로 들어가는 듯하다.
대체로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꽤 잘 버티며, 한국의 여름 정도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실제로 동남아권 네펜데스들도 저지대, 고지대, 고온다습한 환경 등 다양한 조건에서 분화되어 있다.
원종이 까다로우면 교배종 역시 까다로운 경우가 많고, 반대로 교배종이 강한 것은 부모 원종의 성향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결과라고 볼 수 있다.(이런 해석은 꽤 납득이 간다.)
식물 관리에는 정답이 없다고들 말한다.
정답이 없기 때문에 직접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뜻이라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정답이 없다”는 말로 뭉개는 것도 좋지 않다.
요즘 들어 나는 이 말을 하나의 핑계처럼 느낄 때가 있다.
부주의로 죽은 개체를 포장하기 위한 말처럼 들릴 때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네펜데스 가야도 세팔로투스와 파리지옥, 그리고 퍼지투스가 있는 식물 관리 공간(엑소테라 사육장) 안에 함께 배치했다. 조명은 15W 파장형 식물등을 사용했다.
문을 닫아둘지 열어둘지 고민이 많았다.
습도와 온도를 적절히 유지하려면 문을 닫는 것도 방법이지만, 세팔로투스에게는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네펜데스는 안쪽 끝에 배치했다.
조명은 네펜데스 바로 위에서 직접 내려오는 위치가 아니라, 상부 앞쪽에 배치했다.
세팔로투스와 파리지옥, 퍼지투스 쪽에는 빛이 강하게 닿고, 네펜데스는 그 주변부에서 밝은 간접광을 받는 구조다.
문은 열어두어 내부의 따뜻한 공기가 바깥으로 살짝 빠져나가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식물 관리 공간 내부는 따뜻하지만 답답하게 갇히지는 않고, 바깥으로는 조금 시원하게 순환되는 형태가 되었다.
생각보다 머리를 많이 썼다. 그래도 만약을 대비해서 살짝 그늘을 만들어 줄 예정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세팔로투스는 나중에 따로 관리 환경을 만들어주는 편이 좋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