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야에서 바닥가의 고독한 일상 1편: 봉쥬흐, 쥬뗌므
- 6월 26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3일 전
봉쥬흐, 쥬뗌므

필자는 태국에 살았을 때 파타야로 약 1주일간 여행을 간 적이 있다.
먼저 파타야에 도착하면 셔틀처럼 운행되는 배를 타고 섬으로 이동해야 한다. 파타야에는 여러 섬이 있다. 배를 타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난다. 너무 오랜만에 배를 타서인지 구명조끼를 입고 잔뜩 겁에 질린 사진이 아직도 남아 있다. 얼마나 지났을까. 중간쯤 도착했을 때 작은 섬 위에 집 한 채가 보였다. 그리고 약 1시간 정도 더 지난 뒤, 작은 항구에 도착했다.

항구에 내려 쭉 걷다 보면, 아… 꽤 길다. 아마 정말 많이 걸었을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기억이 조금 애매하지만, 아마 수산물 시장이 있고 좁은 상점가를 지나 왼쪽 구석진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3층 정도 되어 보이는 건물 외벽이 보인다. 그리고 그 맨 끝 쪽에 작은 파라다이스 같은 모텔이 있었다.


우드 스타일에 흰색 페인트가 칠해진 곳. 바로 앞에는 바다가 보이는 작은 항구식 주택형 모텔이었다.
아마 당시 가격은 한국 돈으로 5만 원이 조금 넘었던 것 같다. 전망에 비하면 꽤 저렴한 편이었다. 그곳이 필자가 첫 파타야 여행에서 묵었던 장소다. 방 내부는 대략 30평이 조금 안 되는 정도였고, 아담한 분위기였다.

밖의 테라스에는 벤치 1개 흔들의자 1개 그리고 재떨이가 있었다. 저 멀리에는 에메랄드빛과 옅은 하늘색이 섞인 수평선이 펼쳐져 있었다. 따스한 바닷바람과 소금기 가득한 내음은 비염을 뻥 뚫리게 만들었다. 필자는 도착하자마자 흔들의자에 앉아 롤링 타바코를 말았다. 캔커피를 롤러 옆에 둔 뒤에 갓 말은 한 대를 피우고, 담배를 다 태울 때쯤 캔커피 1개를 원샷했다. 그리고 읽지도 못하는 불어로 된 책을 펼쳐 들고 읽는 척을 했다.
“봉쥬흐.”
외마디와 함께 책을 내려놓고, 또 한 대를 말아 피웠다.
한 모금 깊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뱉는 순간, 갑자기 친구가 내게 다가왔다.
“빨리 나와.”
음… 오늘도 만끽하긴 글렀다.
나는 그저 느긋하게, 평온한 태국만의 바다를 바라보며 고요함을 만끽하고 싶었는데...
쥬뗌므...

그리고 렌트 바이크를 타고 대략 20분 정도 이동했다. 길가에는 슬림한 체형의 똥강아지들이 득실거렸고, 오른쪽에는 야산과 드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었다. 그렇게 언덕 같은 길을 지나가다 보면 해수욕장이 보였다. 파타야 해변에는 국적을 불문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 있었다. 맥주캔을 따는 미국인들, 선탠하는 여인들, 단체로 온 중국인들, 그리고 옷으로 몸을 단단히 싸맨 한국인들도 여럿 보였다. 옆에 그늘에서는 야생 원숭이가 관광객이 먹다 남은 음식을 먹고 있었다. 나 역시 방한복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그 안에는 하와이에서나 볼 법한 반팔 셔츠를 입고 있었다. 아마 사람들이 너무 화려하지 않아서 방한복을 안 벗은 것 같다. 그래도 내가 생각해도 겨울옷은 조금… 뭐 아무튼 나는 길가에서 방한복과 드로즈만 입은 상태로 50 THB에 구입한 수영 반바지로 갈아입었다. 주변에 여인들이 유심히 구경하는 눈초리였다. 물론 주변 환경에 따라 잠깐 갈아입거나 하는 것은 일상이다. 정해진 탈의실이 없기 때문
이다.“봉쥬흐.”


아무튼 지인들과 함께 파인애플 카오팟, 꿍채 남쁠라, 얌을 먹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조금 짭조름한 소금 맛이 나는 돼지 뒷다리 구이다. 그리고 슬러쉬도 마셨다. 나는 파라솔이 꽂혀 있는 벤치에 앉아 다시 불어 책을 펼쳤다.

“쥬 므벨… 므… 마 흐…벨”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고 있는데, 옆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옆자리에 있던 중국인 청년쯤 되어 보이는 사람이 나를 경멸하듯 쳐다보고 있었다.
이번에도 읽긴 글렀군.
시끄러운 소리와 파타야 해변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고 싶었는데…
책을 덮고 정면을 보니, 이미 지인들은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 일어서 내 불어 책을 벤치에 내려놓고 얼른 방한복을 입고 뛰어갔다. 처음에는 자갈이 많아서 조금 놀랐다. 하지만 안 아픈 척, 당당하게 걸어갔다. 어헑.. 외마디 옅은 신음이 그칠 때 즈음 바닥이 부드러운 모래 질감으로 변했다. 태국 파타야에서 파도는 꽤 높았다. 그런데 목까지 물이 차오르는데도 파도가 재미있게 쳤다. 파도가 칠 때 상반신까지 보이다 다시 목까지 잠기고 반복되는 게 재미있었다. 나는 잠수를 하며 소라와 조개를 잡았다. 바닷속은 신기한 생물들 천지였다. 그런데 갑자기 주변 사람들과 지인이 소리치며 물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저 멀리에서는 빨리 오라는 사인을 보내는 사람이 있었다. 그 옆에 사람 손 모양을 보니 머리 위로 삼각형 표시를 하고 있었다. 쥬뗌. 아니 난 이젠 죽었다...
나는 전속력으로 잠수했다. 물속에서 5초 정도 지났던 것 같은데 제자리였다. 몸을 좌우로 비틀며 잠수를 하며 가라앉았다가 다시 올라와도 이상하게 진전이 없었다. 입안에 모래가 씹힌다. 한 손에는 소라를 들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뒤를 돌아보는 순간, 살면서 그런 공포스러운 광경은 처음 보았다.
회색빛 삼각형 두 개가 오른쪽과 왼쪽에서 작아졌다 커졌다 하고 있었다. 마치 빙빙 돌듯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쥬뗌을 하려 찰나에 그때 뒤에서 누군가 내 목덜미를 백초크를 걸었다.. 쥬.. 떼메케켁!! 거리며, 동시에 순간 몸에 속력이 붙었다. 바닷물이 입안에 들어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나는 해변 밖으로 끌려 나와 있었다. 나오자마자 뒤를 돌아봤을 때, 그것들은 이미 저 멀리서 둥글게, 둥글게 돌며 사라지고 있었다. 그 정체는 상어였다. 삼각형 표시는 상어를 뜻하는 경고 신호였다. 바다에서는 파도 소리 때문에 주변 소음이 먹먹하게 묻힌다. 그래서 구조나 경고 신호를 손짓으로 알려주는 것이다. 날 구해준 사람은 파라솔 안전요원이었다. 나는 진지하게, 방송할 때처럼 온 마음을 담아 진심을 전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진짜 감사합니다.” 봉주르 따위는, 그 순간 완전히 잊어버렸다.
그리고 파라솔 내 벤치에 와 있을 때는 그 불어 책은 사라지고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소변이 마려워 근처 간이 화장실 문을 열었는데 탈의실이었다.쥬떼므...옹알거리며, 내 손을 보자.
아직도 내 손에는 소라를 가지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필자가 파타야에서 실제로 겪었던 일을 바탕으로, 로알드 달 풍의 코믹하고 서늘한 분위기로 재해석해 각색한 글입니다.
아무리 인간이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과학적으로 자연을 이해하려 해도, 결국 자연 앞에서는 한낱 인간일 뿐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위험성이 있는 아열대 생물들의 출현 빈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생물들을 단순히 “나쁜 생물”이라고 단정 짓기보다는, 그들은 본래 자신의 생존과 방어를 위해 그런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고 보는 것이 더 알맞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안전하고 즐거운 휴가 보내시길 바랍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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